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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ESC 송성창 대표 “에버 팀 후원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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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봐도 ‘에버(ESC EVER)’의 LOL 케스파컵 우승은 정말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LCK 비시즌을 맞아 개최된 LOL 케스파컵은 아마추어, 세미프로 팀들이 프로팀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대회였다. 프로팀 사이에서도 격차가 뚜렷한 것이 국내 LOL e스포츠의 현주소라 생각했건만 케스파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롤드컵 챔피언인 SK텔레콤도, 기라성 같은 멤버를 보유한 kt, CJ도 아닌 무명의 세미프로 ‘ESC 에버’ 였다.
 
프로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들이 모인 팀 ‘ESC 에버’는 케스파컵이 열리기 전 국내 2부 리그인 LOL 코리아 챌린저스 승강전에서 탈락한 팀이다. 과연 누가 이 팀의 우승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삼성 갤럭시와 아나키 레블즈 등 LCK 팀들을 차례로 꺾을 때만 해도 그저 이변의 연속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SK텔레콤마저 완파하고 결승에서 CJ 엔투스를 3:0으로 제압하는 모습에는 전율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이 첫 세트에서 ‘페이커’ 대신 ‘스카우트’를 내보낸 것이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가 된 셈이죠. 만약 1세트부터 페이커가 나왔다면 아마 2:0으로 졌을 거에요. SKT 코치진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 했죠. 스카우트 선수는 솔랭 1위였으니까 충분히 해볼만하잖아요.”

▲ LOL 케스파컵 우승을 차지한 에버


대회가 끝난지 한참이 지나서야 팀 대표, 정확히 말하면 에버 팀의 후원사 ESC의 대표인 송성창 CEO를 만났다.
 
e스포츠커넥티드(EsportSConnected)의 약자인 ESC는 언뜻 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힘든 회사다.
 
‘e스포츠와 게임 문화가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의 고민과 전문성을 연결하고 연구하고 참여함으로써 새롭고 세련된 문화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Creative Lab’이라는 홈페이지 소개가 있음에도 그렇다.

 

“e스포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팀을 운영하고 거기에서 부가적으로 나오는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일도 하려고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MCN으로 이해하시면 쉬울 거예요. 다른 MCN 회사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ESC는 오로지 e스포츠와 게임에만 집중한다는 정도지요.”

 
송대표는 UCLA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금융사 재무 및 내부통제 감사를 맡는 등 회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중 사표를 내고 e스포츠 쪽에 눈길을 돌린 희귀한 케이스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ESC 안에는 송대표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 또래 중 스타크래프트 안 해본 사람이 없는 것처럼 ESC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원 모두 e스포츠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e스포츠의 태생이 자연발생적이다 보니 약간은 주먹구구식으로 발전되어 온 것도 사실이고, 여기에 e스포츠가 계속 진화함에 따라서 타 분야의 전문가 유입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마치 연구소처럼 만들었던 것이 e스포츠 커넥티드고요. ESC 안에는 플랫폼 전문가도 있고 콘텐츠 기획자도 있고 IT 기술자도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는 디지털 데이터이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도 있고요. e스포츠의 흐름이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그것들을 연결해 보자고 뭉친 것이 바로 e스포츠 커넥티드입니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송대표가 e스포츠에 발을 들이게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오랜 시간 업계에서 활동해온 박용운 전 CJ 감독이다. 스타1 때부터 코치, 감독을 거쳐 지도력을 인정 받은 박감독은 SK텔레콤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고, 스타2에서는 CJ 감독을 맡아 역시 우수한 성적을 낸 인물이다. 최근에는 중국 LOL팀 총괄을 맡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친한 친구가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서로 연결을 시켜줬는데 마침 제가 박감독님 집 앞으로 이사를 하게 돼서 매일같이 만났어요. 밥도 먹고 게임 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지요. 저를 박감독에게 소개시켜준 친구는 북미 서버에서부터 LOL을 즐겼을 정도로 게임 마니아인데 현직 소아과 의사이기도 하고 ESC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송대표는 박용운 감독의 행보를 옆에서 쭉 지켜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LOL팀을 운영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로게이머들의 행동공항적인 패턴들, 선수들의 성적을 끌어 올리는 과정 등 현직 감독에게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었지요. 얘기를 들을수록 e스포츠에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고요.” 

ESC의 주축 멤버는 7명이지만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다.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사수하면서 e스포츠 사업을 고민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밤마다 모여서 게임도 하고 얘기도 하는 등 즐거움이 따랐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 사업을 키우려는 생각이지만, 송대표를 따라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ESC에 올인하는 직원도 생겨났다. 열정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했던가.
 
“회계컨설팅을 하다 보니 여러 회사나 조직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기업을 컨설팅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내가 좋아하는 e스포츠도 뭔가 더 체계를 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느껴졌어요. 가령 한국은 대기업의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 펀딩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국이나 중국은 다르거든요. 결국 e스포츠가 발전함에 따로 프로팀에도 스탠드얼론(standalone)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물론 그 핵심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e스포츠 팀이 있어야겠죠.”

▲ 에버의 김가람 감독.
 

다시 돌아가서 ESC 에버가 케스파컵에서 거둔 성과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송대표와 선수들을 이끈 김가람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우승이란 게 실력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한다고 보거든요. 삼성전에서만 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 정도였는데 선수들이 직접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까 저도 마음을 고쳐 먹은 거죠. 이후에는 정말 꿈 같은 일이 펼쳐졌고. 아마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겁니다(김가람 감독).”
 
송대표는 일부러 ESC라는 회사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ESC 에버팀의 케스파컵 우승 이후 사람들이 ESC를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찾아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케스파컵 우승 이후 ‘ESC 에버’를 사람들이 얼마나 검색하는지 봤어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입되는 팬들의 경로나 숫자를 데이터로 정리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무명의 팀이 e스포츠 리그로 인해 얼만큼 알려질 수 있는지 분석하고 이는 향후 컨설팅 자료로 쓰일 예정입니다.”
 
아마추어 팀들 중 가능성 있는 팀을 물색해 그들을 지원했고, 그것에 운이 얼마나 따랐던 간에 실제로 성과를 냈다. ESC 에버를 일종의 실험대상으로 삼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에버 팀은 어떻게 될까.
 
“결론만 얘기하면 에버는 논의 끝에 한 팀으로 계속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하고자 했는데, 결국은 내적 동기에 의해서 같이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어요.”
 
ESC 송성창 대표가 하려고 하는 일에 LOL팀의 운영은 극히 일부다. 하지만 송대표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 ESC 송성창 대표, “e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e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한계를 깨야 합니다. 계속해서 주변과 소통하고 사회 저변이 그 가치를 알아주게끔 해야죠. 중요한 것은 다른 업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그들이 사용하는 어법과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스폰서를 원한다면 그건 열정으로만 될 것도 아니고 선수들의 눈물로 얘기할 것도 아닙니다. 특정 회사의 마케팅 부서와 만나 객관적 수치를 갖고 설득해야죠. 에버 팀은 함께 가지만 아마 팀 스폰서는 ESC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뀔 겁니다. 이왕이면 어른들도 잘 알고 있는 기업으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현재 ESC가 추진 중인 e스포츠에 연관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프로게임단과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아온 기자로서도 귀가 쫑긋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일이었다. 살짝 흘리자면 실버 세대의 e스포츠에 대한 얘기다.

제법 오래 대화를 나누면서 송대표의 얼굴이 처음과 달라 보인 건 비단 그가 가진 학력과 스펙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e스포츠가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과연 ESC 에버의 케스파컵 우승에는 얼만큼의 운이 작용했던 걸까.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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