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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돌아온 ESC 에버와 '로컨' 이동욱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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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리니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SC 에버의 원거리 딜러 '로컨' 이동욱은 2015 KeSPA컵에 출전했던 당시 상황을 벼랑 끝이라 표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2016 승강전에서 스베누 소닉붐에 패한 에버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에버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마지막 대회인 KeSPA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KeSPA컵과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시즌 10 쾰른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버는 ESC라는 새로운 후원사와 김가람 감독의 지원을 받았고 세미 프로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세계 무대를 밟았다. 이동욱 또한 그 경험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 층 더 성장했다. 

IEM 시즌 10 월드 챔피언십의 패배까지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이동욱과 에버. 다시 한 번 롤챔스 승격의 꿈을 갖고 벼랑 끝에서 돌아온 그들의 성장과 미래를 들여다봤다.

◆부족함을 깨닫게 해준 IEM 월드 챔피언십

강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IEM 월드 챔피언십에 올랐지만 이동욱은 조별 예선도 통과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 갈 때는 자신감이 많이 없던 상태였어요. KeSPA컵이나 IEM 쾰른 우승 때는 운영이나 OP 챔피언이 정리가 되어있던 시점이었는데 IEM 월드 챔피언십은 바뀐 메타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이었거든요. 아무래도 2부 리그 팀이다보니 1부 리그팀의 적응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시차와 음식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솔로미드와의 첫 경기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냈으나 이후 연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컨디션 문제도 있었지만 이동욱은 운영의 미숙함도 지적했다. 개개인의 실력보단 팀 적인 운영에서 말렸다는 설명. 경기 후 "아쉽다"란 말만 반복했을 정도로 미련이 짙게 남았다. 

패배에 아쉬워할 수만은 없었다.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했고, 에버는 실제로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부족함과 보완해야할 점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특히 로얄 네버 기브 업과의 경기에서 서로 킬이 나오지 않는 상황임에도 골드 획득량이 벌어지는 걸 보고 많은 걸 깨달았죠. 개인 기량은 최소 4강까지는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운영에서 자신감이 없었고, 스노우볼을 빨리 굴려야 하는 현재 메타에 적응하지 못했죠."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운영을 많이 당하면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았죠. 한국 팀과 외국 팀의 운영 차이가 엄청나게 크더라고요. 중국 팀들은 호전적이고 북미 팀들은 합류가 빨라요. 그 팀들의 장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단지 게임 내의 부분만 배운 것은 아니다. 이동욱과 에버가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얻은 또 하나는 바로 열정이었다. 에버는 큰 무대와 많은 팬들 앞에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4강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동료들의 마음 속에는 세계 무대에서 뛰어봤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었고 결과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해 정진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됐다.

◆세계적인 원거리 딜러와 만나다

이동욱은 롤챔스에서 뛰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즈리얼이나 트리스타나 등으로 플레이할 때면 '이렇게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챌린저스에서 뛰기는 아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챌린저스에서 호평을 받는다고 만족하기에는 이동욱이 상대해온 원거리 딜러들이 지나치게 대단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 경험이 있는 SK텔레콤 T1의 '뱅' 배준식부터 북미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 불리는 'Doublelift' 일리앙 펭까지 큰 무대에서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뱅' 배준식 선수는 KeSPA컵 때나 지금이나 정말 잘 한다고 생각해요. KeSPA컵에서 배준식 선수와 라인전을 했을 때는 정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밀렸거든요. 왜 롤드컵에서 우승한 선수인지 알았어요. 일리앙 펭은 안정적으로 성장하다가 대규모 교전 때 한 건 터뜨리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정상급 선수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부족함도 깨달았다. 라인전이 약하다고 자평한 이동욱은 이기고 있는 타이밍에 좀 더 압박을 주라는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인전과 대규모 교전에서 모두 강한 배준식을 본받고 싶다고. 그와 동시에 꺾어보고 싶단 욕심도 드러냈다.

"롤챔스에서 배준식 선수랑 '프레이' 김종인 선수, '퓨리' 이진용 선수를 만나보고 싶어요. 김종인 선수도 배준식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유독 애쉬 궁극기를 잘 못 써요. 그런데 김종인 선수는 저격궁부터 시작해서 애쉬를 잘 다루더라고요. 그 점이 많이 부러웠어요. 이진용 선수는 솔로 랭크에서 파괴자 수준으로 잘하더라고요. 팀으로 맞붙었을 때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키' 김한기와 '토토로' 은종섭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 이동욱에게 같이 플레이해보고 싶은 서포터가 있냐 물어봤다. 김한기와 은종섭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이동욱은 "둘 다 좋은 서포터"라는 답변 이후에야 얘기를 이어갔다.

"개인적으로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와 '고릴라' 강범현 선수의 서포팅을 받아보고 싶어요. 홍민기 선수는 제가 CJ 프로스트 경기를 맨날 봤을 때부터 존경하던 프로게이머였어요. 강범현 선수는 지금 1위 락스 타이거즈의 서포터이기 때문에 같이 해보고 싶어요."

◆ESC 에버의 이름으로
이동욱에게 롤챔스에서 뛸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KeSPA컵과 IEM 시즌 10 퀼른이 끝난 후 동료 모두 1군 팀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자진해서 에버에 남았다. 에버라는 이름으로 뭉쳐 롤챔스에 함께하고 싶었다.

롤챔스에 진출할 자신감도 있다. IEM 월드 챔피언십 이후 운영도 깔끔해졌고, 개개인의 실력도 좋아졌다. 실제로 연습 경기의 성적도 좋고,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의 포스트 시즌도 무난하게 진출했다. 이번만큼은 지난 승강전 패배의 아픔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번에 승강전을 하면 콩두 몬스터나 스베누 소닉붐 중 한 팀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 팀에게 패배할 것 같진 않아요. 스베누의 '뉴클리어' 신정현이나 콩두 '쏠' 서진솔 모두 잘하지만 저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롤챔스에 진출한다면 중위권까지 도달하는게 목표라고 한다. 이동욱은 노력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다만 운영적인 부분을 좀 더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초반 라인 교대를 통한 운영에서 깔끔하지 못하지만 고치면 충분히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KeSPA컵 때나 IEM 쾰른 때는 초, 중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후반에 좋은 챔피언을 뽑아서 이기는 구도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후반을 가기 전에 경기가 끝나니까 안 되더라고요. 손 볼 곳이 많네요."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에버는 깎아내린 절벽보단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잠재돼 있던 날개를 꺼냈을 때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었다. 찬 공기와 매서운 바람을 가로지르며 점점 더 멀리 날아가는 ESC 에버. 그 목적지가 어느 곳이 될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의 비행은 시선을 끌기엔 충분하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기사제공 데일리e스포츠

 

http://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347&aid=000008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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